코리아나이야기

나가사기 2탄 이야기

웅대한돌산 2009. 11. 26. 10:03

다음은 2탄 기사입니다.

한 마디로 나는 게으르다?
[범선타고 일본여행 2] 기다림 & 김창준

 

범선은 비바람과 파도를 뚫고 썬? 마리나에 도착했다.

 

어제 저녁부터 줄곧 내리는 비가 그치길 기다립니다. 비 그치면 화창한 날이 올 것입니다. 인간사도 기다림의 연속이겠지요. 자연과는 달리 인생에선 궂은 후 희망찬 내일이 바로 오지 않습니다. 삶의 화창함은 노력의 대가로 얻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여수를 출발한 범선 ‘코리아나 호’는 하멜 항로를 따라 꼬박 24시간의 항해 끝에 4월 23일 나가사키에 도착하였습니다. 나가사키항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 썬? 마리나로 들어섭니다. 범선 축제 퍼레이드에 나서기까지 기다려야 하니까요.

 

다시 시간의 기다림 앞에 서 있습니다. 범선에서 입국수속을 받습니다. 12일 만에 도착한 하멜 일행보다 무려 11일이나 빠릅니다. 하멜 일행이 긴 항해 끝에 그토록 희망했던 고국으로의 귀환을 선물 받았듯이 여행단에게도 작은 선물이 주어지겠지요.

 

나가사키에 도착할 즈음 돛을 내리고...

나가사키 썬? 마리나

 

비가 오는데 좋은 날이라 하면 ‘뱃사람’

 

나가사키 범선축제가 9회를 거치는 동안 6차례나 참여한 조원옥 씨가 범선을 타면서의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범선 항해는 항상 좋지만 오늘 같이 날이 좋으면(바람과 비 내리는 좋지 않은 날에도) 괜찮지만 (태풍 등) 날이 안 좋으면 힘들어 다신 안타야지 하면서 또 배를 타는 나를 발견한다. 2002년부터 뭔지 모를 의무감 때문에 범선축제에 계속 오게 된다.”

 

조원옥 씨.

 

비가 오는데도 좋은 날이라 하는 그를 뱃사람이라 해야 할까요? 그래야 옳겠지요. 그렇지만 그는 농장을 경영하는 사람입니다. 조원옥 씨를 다시금 배에 오르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마냥 허비할 수 없는 일. 대부분 50대인 일행 중 막내인 김창준(25) 씨와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김창준 씨. 갑판에 누워 무슨 생각할까?

한일친선교류협회 만찬에서.

 

“새로운 걸 보고 느끼고 싶다”

 

- 여행에 나서면서 각오는?
“새로운 삶의 도전. 정말로 새로운 걸 느끼고 또 보고 싶다. 그간 일상이 너무 단조로워 변화를 주고 싶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데도 상당히 다른 나라다. 이곳에서 새로운 걸 좀 얻자. 이런 것이었다.”

 

- 새로운 거라면 어떤 것?
“사는 모습, 환경, 도시 분위기, 사람들 뭐 이런 거다. 아무래도 언어가 다르면 같은 일상이라도 새로울 것 같은 느낌.”

 

- 오게 된 동기?
“아버지께서 전에도 범선축제 참여하지 않겠냐 권했다. 그러나 ‘No’였다. 이번에는 여행을 너무 하고 싶어 ‘Yes’했다. 일상에의 탈출이랄까?”

 

 

 

연극은 주변인의 박탈감을 채워줘

 

- 하루 지나보니까?
“(웃음) 되게 편하다. 경치도 좋고, 바다가 너무 넓다.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 바다가 신기하다. 보기 좋게 살고 싶다. 단순히 수익만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무슨 일을 하는가?
“7년째 연극을 한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전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집에서는 평범한 삶을 원한다.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이다. 그렇지만 실은 막막하다. 관객 입장에선 쓰레기 같은 공연도 많다. 제대로 된 공연을 하는 것과 그 기회가 생길 때, 그런 공연을 하고 있을 때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 흔히 인생을 연극에 비유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연극이란?
“‘연극이란?’ 질문에 대한 답이 계속 바뀌었다. 연극도 돈을 버는 수단의 하나지만 무대에서 연기 할 때 관객이 리액션을 느끼면 존재감을 느낀다. 내가 사회의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이란 박탈감ㆍ허탈감 등을 채워 주는 직업이랄까? 일상에선 소통 문제로 오해나 갈등이 많지만 무대는 진실하다. 거짓을 말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말 매력 있다.”

 

 

 

“한 마디로 나는 게으르다”

 

- 인간 ‘김창준’은 어떤 사람?
“연약하고 나태한 것 같다. 그리고 약하다. 그런 점들이 좋지 않지만 이걸로 해서 고민이나 인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한 마디로 나를 표현하면 게으르다.”

 

- 게으름을 이기면 성공?
“(웃음) 성공하겠죠? 나태한 건 고쳐야 되지만, 연약한 건 고칠 필요 없다. 연약함은 민감한 거라 감정을 이끌어 내는 연기 생활에 도움 되지 않을까?”

 

그의 기다림도 때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하멜이 14년간의 억류 생활을 마치고 네덜란드로 돌아간 것처럼 김창준 씨의 기다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성공을 이룰 것입니다. 사람의 가치는 결국 스스로의 땀이 만들어 내는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누구에게나 길던 짧던 간에 기다림의 시간만큼 그 대가는 주어질 것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먼저 대가가 주어지기 전에 돌아서는 거겠지요. 삶은 기다릴 때와 기다리지 말아야 할 때를 알아가는 과정 같기도 합니다. 기다림은 축복을 준비하는 기간임을 명심해야겠지요.

 

기다리다 삶이 끝나더라도….

 

나가사키 전차 안에서...

기다림이 두려운 걸까?

삶은 나침판 없이 가는 항해?

이 친구는 지금은 어디 있을까 항해하고 있을까 총각 딱지는 버렸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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